순수한 우리말과 외래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기 이전에는 중국에서 유입된 한자를 나랏글로 사용했어요
그렇지만 중국인에게 직접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뜻은 알아도 음을 읽는데엔 어려움이 많았지요
그러니까 한자가 중국어 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자를 자유자재로 읽고 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에따라 손쉬운 한자 발음기호표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지요
그래서 한글은 한자를 제대로 읽을수 있는 보조수단인 '발음기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세종대왕이 한글을 왜 만드냐고 따지는 최만리에게
"내가 운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누가 바로잡겠는가?" 라고 답한 것이 그 근거이지요
그렇지만 실제로 조선왕실은 내내 한자를 나랏글로 사용했어요
한글은 천한 문자라는 '언문'으로 비하되어 양민 이하의 사람들에게만 통용되었을 뿐이었지요
한글 창제 이후에도 왕실, 종친, 양반들은 여전히 한자로 소통했어요
물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는 "어진 백성을 위하여" 였지요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지요
조선의 평민들은 어려운 한문을 몰랐기에 나라의 법도를 몰랐고
그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 역시 모른채로 벌을 받거나 처벌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어요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이 백성들도 쉽게 배우고 쓸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자 했고 이것이 한글 창제로 이어진 것이지요
훈민정음 헤례본에는 한글은 닭울음소리나 개짖는 소리까지 모두 표현해 쓸수 있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반나절만에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깨칠수 있다고 나와있지요
그만큼 쉽고 실용적인 문자이지요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덤이지요
그러므로 한글로 인해 일반 백성들은 글로써 자유롭게 소통하게 되었어요
1968년에 공식나랏글로 지정되어 단기간에 문맹률을 제로 가까이 떨어트리는데 큰 공헌을 했지요
한글은 양반들의 한자 활용에도 큰 도움을 주었어요
평민들도 배우기 쉽고 자유자재로 쓸수 있는 문자를 얻었지요
평민들은 비로소 나라의 법령과 규칙들을 알게 되었고 '무지(無知)'로 인한 화를 피할수 있었어요
또 다양한 교육을 받는데도 한글이 사용되었지요
곧 일반 백성들은 '한글' 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갖게 되었고 왕실에서는
한자를 쓰면서도 <용비어천가>를 펴내기까지 하였어요
<용비어천가>는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세운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정당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쉬운 노랫말로 구성되어 일반백성들도 쉽게 따라부를수 있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 순수한 우리말은 30%에 지나지 않았으며
나머지 70%는 한문이라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우리말은 한문없이는 이해하기 힘들고 때로는 곡해(曲解) 하기도 하지요
한글전용으로는 앞으로 수백년이 흘러도
노벨문학상이 나올수 없다고 하는말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일본은 같은 한자 문화권이면서 일본말이 있으면서도 한문을 혼용하여 쓰고 있지요
그래야 말의 깊이가 있고 심도(心到)를 느끼게 된다 하지요
몇년전 고려대학교 이 한섭 명예교수가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이라는 사전을 편찬 했어요
여기에는 1880년대 이후 우리말처럼 돼 버린 일본어 3634개 단어를
소개했는데 1970년대부터 연구해 온 결과물을 집대성한 책이지요
이 사전을 보면 어휘들 중 90%가량은 우리말 발음으로 들어왔어요
교육, 가족, 국민 같은 단어들이지요
나머지는 일본어 발음으로 들어왔는데 모나카, 만땅, 무데뽀 같은 말이라고 하지요
'마호병'처럼 일본어와 우리말이 결합한 말도 있어요
일본은 1773년 네덜란드어로 쓴 의학서를 번역한 '해체신서'를 펴냈지요
일본 최초의 서양책 완역본이지요
이 책은 일본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고 번역과 사전 편찬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켰어요
이 여파로 메이지유신을 전후해 일본은 영일사전을 내놓았는데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었지요
'liberty'를 '자유(自由)'로, 'economy'를 '경제(經濟)'로 번역하는 일은
일본에 없던 관념을 만들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단어들이 개화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량으로 유입됐지요
해방 후에도 일본인이 번역한 단어들은 계속 들어왔어요
나라를 세우려면 일본 서적을 참고할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일본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외래어를 자국의 언어로 승화 시켰지요
그런데 경기교육청이 관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일제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수학여행' '파이팅' '훈화' 같은 단어들은 일본에서 왔으므로 일제 잔재라고 사용하지 말라 했어요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일제 잔재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가"라고 물었지요
그런데 이 문장에서 '본인' '개념' '청산'은 일본에서 온 단어들이지요
또 '단어'라는 말 자체도 일본어이지요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종교학과 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땄지요
그런데 '대학' '대학원' '신학' '종교' '박사' 모두 일본에서 온 말이지요
국어·영어·수학은 물론 과학·철학·물리·역사·미술·음악·체육도 일본어 이지요
도이칠란트를 '독일'이라고 번역한 것도 일본인들이지요
심지어 '대통령'이란 단어도 일본인들이 'president'를 그렇게 번역한 것이지요
사정이 이러할진대 일제 잔재 운운하며 순화된 우리말을 배격한다면
우리가 사용할수 있는 단어는 과연 몇개나 될까요?
타이거 우즈가 나오는 골프공 광고에서 우즈는 " 좋아요, 대박"이라고 말했어요
싸이 노래 덕분에 서양인들도 '강남(江南)'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지요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실시간 교류하는 시대에 언어가 섞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물론 좋은 우리말을 해치는 일본어와 일본식 표현은 걸러내야 하지요 그
러나 완전히 한국화돼 일상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되고 있는 말까지 '일제 잔재'라고 쓰지 말자고 하면
그 많은 말(단어)들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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