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명부,택호
요즘은 사람을 지칭함에 호칭의 본래의 뜻이 많이 비틀려져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보험이나 외판원을 하는 여자들은 무조건 여사님이라 부르고 서빙을 하는 여자들은
아가씨 또는 이모라 부릅니다
또 자기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부를 때는 그저 사모님입니다
옛날 조선 시대의 여성을 부를 때의 호칭은 어떠했을까요?
이름을 소중히 여겼던 존명사상으로 인해 사람의 이름을 마구 부르는 것을
용납치 않았습니다
특히 임금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임금의 이름을 부르지 않음을 국휘라 하고 성현들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을
기휘 또는 피휘라고 합니다
존속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은 가휘라 하지요
남자가 성인이 되면 이름을 부를수 있는 사람은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성인이 된 아들의 이름을 부를수 없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관례를 치르고 나면 남자들은 그런 이유로 자와 호를 가지게 됩니다
남자들의 이름을 다 부르지 않고 박모씨니 김모씨니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풍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와 호를 가지게 된 사대부의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어떻게 불렀을까요?
여자들은 남자의 지위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집니다
궁궐의 내명부와 같이 일반 사대부들의 부인들도 외명부의 이름과 품계를 지녔지요
임금의 사가 모친을 부대부인
왕비의 어머니를 부부인
임금의 유모를 봉보부인
대군의 처는 부부인 왕자의 부인은 군부인
정승의 처는 정경부인
그 아래로 남편의 직위에 따라 정부인 숙부인 숙인 영인 공인 의인 단인 유인등
김정승댁 정경부인이니 박대감댁 숙부인이니 이렇게 호칭으로 불리웠습니다
그 호칭 하나로 여자의 지위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그런 외명부의 호칭을 전혀 꿈도 꿀수 없었던 여자들에겐
실이란 호칭이 성 뒤에 붙었습니다
김실이니 이실이니 불렀는데 이와는 또 다른 호칭이 있었으니 바로 택호입니다
댁과 집으로 나뉘는 택호는 여자의 친정이나 남자의 벼슬 이름을 붙이는 것이 풍습이지요
박 정승댁 김대감댁 서풍원댁등 남자의 벼슬에 따라 오늘날도
그렇게 부르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권국장댁 부인 김장관댁 사모님 한총장댁 할머니등등...
어머니가 자기 아들에게 김 판사 송사장 현교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자랑질이라기 보다
그런 전통에서 유래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여자는 시집을 가게 되면 곧 택호가 붙는데 그 택호만 들어도 출신지와 그 신분을 알수 있습니다
안동댁 나주댁 부산댁등
감나무골 나주댁 하면 모르는 이도 찿아갈수 있습니다
벼슬이 없는 남자들은 여자의 고향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안골 어른 박적골 어르신하면 이미 부인의 출신이 어디인지 드러나지요
우리 말에 택도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당치않는 일을 하려할 때 단호하게 거절하는 말로 쓰입니다
택호도 없는 사람들은 천민들이었으니까요
천민이 택호를 쓰는 것은 멍석말이를 당할 가당치않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택호에서 여자의 신분이 드러난다 했지요?
어디에서 드러날까요?
수원댁이니 가막실댁이니 댁자를 택호를 쓰는 여인은 바로 조강지처.
정실부인이란 뜻입니다
남자가 일찍 상처해서 후취를 맞으면 그 후처도 댁자를 붙일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수없게 삼취를 했을 경우 댁자를 붙이지 못합니다
남자는 초례청에서부터 사모관대의 한 쪽 뿔을 꺽고
여자는 거의 첩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첩도 절대 댁이라는 택호를 쓰지 못합니다
조선 시대에 무슨 댁이라는 택호로 불리우는 여자는
그 신분이 떳떳한 정실임을 인정받은 당당한 처지입니다
정실이 일찍 죽어 설령 첩이 집안의 모든 살림을 맡는다해도
결코 죽을 때까지 댁이 될수는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각 가정에 식모를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처녀들도 있었으나
남편과 아이들을 시골에 떼어놓고 몸살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 주인 마님이 부르는 호칭이 충주집아
원주집아 였습니다
즉 그 고향에다 집을 붙여 불렀으니 경멸하고 무시하는 감정이 저변에 깔렸다고 봐야지요
기생들의 신세 한탄중에
살아 택도 없으니 죽어서도 택이 있겠나라는 말이 있답니다
기생 신분에서 빠져 높은 대감의 첩실이 되어도 죽어서도
택호를 받지못하는 자신들의 서글픈 처지를 빗댄 말이겠지요
요즘같이 호칭이 어지러워져서 도데체 신분이 아리송한 시대가 나을까요?
아니면 호칭하나로 정리되던 조선 시대가 나을까요?
- 펌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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