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부전(非人不傳) 비기자부전(非器者不傳)
옛말에 비인부전(非人不傳) 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재능은 있으나 인간적 성품이 결여된자는 그 도(道)를 전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인격이 결여된자는 깊은 경지에 이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도(道)를 왜곡시켜
그 계(界)에서 해악(害惡)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아 이를 걱정하여 이르는 말이지요
비인부전(非人不傳)이란 말은 동진(東晋)시대의 서성(書聖)인 왕희지(王羲之)가
제자들에게 한 말로 스승의 안목으로 보아 합당한 인물이 아니면 함부로 예(藝)나
도(道)를 전해줄수 없다는 사제간의 냉엄한 도리를 일컫는 말이었지요
왕희지는 중국 한나라때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의 실용서체를
예술적인 서체로 승화시킨 중국 최고의 서예가 였어요
"비인부전(非人不傳)하고 비기자부전(非器者 不傳)이라"
"인격이 결여된자에겐 기술을 전하지 말아야 하며
감당할 만한 그릇이 아니면 기술을 전하지 않는다" 는 뜻이지요
스승이 보았을때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합당한 인(仁)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아니라면
비기(秘技)를 전수(傳授)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다시말해 인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에게 비기를 가르치는 것은
독(毒)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뜻이고 감당하지 못할 사람에게 기술을 전수하면
악(惡)을 키우는것과 같다는 의미 이지요
예로부터 장인들의 기술 전수에서 가장 중요시 됐던 덕목(德目)이 바로
"비인부전(非人不傳)하고 비기자부전(非器者不傳)" 이라 했지요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자에겐 기술을 전하지 말하야 하고
그릇이 적은자에겐 기술을 전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실력보다도
인성(人性)을 중요시 한것이지요
왕희지의 뜻이 가장 잘 지켜진 예로는 조선중기
명의 허준(許浚:1546~1615) 과 그의 스승 유의태(柳義泰)의 관계를 들수 있어요
올곧은 성품과 실력을 갖춘 유의태는 자신의 아들을 제치고 심의(心醫)자질을 가진
허준에게 자신의 의업(醫業)과 의술(醫術)을 고스란히 넘겨주었지요
작가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에서 보면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와 허준이
의과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한양으로 가다가 전염병이 창궐한 지역을 통과하는데
유도지는 처방전만 한장 써주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버리고
허준은 전염병을 구완하다가 과거에 응시하지 못하였지요
이에 유의태는 의과 낙방을 이유로 허준을 쫓아냈지만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유도지와 연을 끊고 허준을 다시 후계자로 결정하게 되지요
냉혹하기까지 한 유의태는 물지게꾼 약초꾼을 거쳐 수련의에 오른 허준의 열성과
마음 씀씀이를 보고 3대에 걸쳐 쌓아온 의술의 진수를 그에게 전수했어요
그 뒤 친아들과의 의절(義絶)도 마다 않은 유의태는 허준이 자기 몸을 해부하도록
자진(自盡)하여 살신성인하는 업력(業力)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피눈물이 나고 뼈를 깎는 어려움 속에서도 허준은 이론과 실습에
정진(精進)하고 항상 가난하거나 천한사람의 치료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오늘날 너무도 잘 알려진 『동의보감』 은 유의태의 사람 보는 안목과
허준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보배로운 서책이 되었어요
사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은 허준보다 100년뒤의 사람인 유의태(柳義泰)를
허준의 스승으로 탈바꿈 시킨 허구(虛構)이긴 하나 퓨전소설이
다 그렇듯 작가의 구상에따라 각색(脚色)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허준과 유도지를 잘 접목시켜
비인부전(非人不傳)과 비기자부전(非技者不傳) 를
정립(定立)시킨 명작중에 명작 이기도 하지요
어리석은 자는 아무리 달(月)을 가르쳐 주어도 손가락 끝만 본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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